Tuesday, September 6, 2011

어젯밤에 뭐했니


"이번엔 내가 엄마한테 읽어줄래요"
그림으로만 채운 '그림책'
어젯밤에 뭐했니?/염혜원 지음/비룡소 발행·32쪽·8,500원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입력시간 : 2011.08.26 20:54:41



글자는 단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오로지 그림으로만 채워진, 말 그대로 '그림책'이다. 그래서 더 많은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고, 글 모르는 아이들도 줄줄줄 읽을 수 있다. 2008년 SCBWI(어린이책 작가 협회)가 시상하는 황금연상(Golden Kite Award)를 받은 데 이어 2009년에는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에서 라가치상 픽션 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적잖은 그림책들이 글밥에 의존해 이야기의 한 구절을 재현하는 데 그치는 반면 이 책은 일정 부분의 스토리를 한 화면에 압축적으로 담아내야 하는 그림책 본래의 소명을 영리하면서도 우직하게 수행해낸다. 엄마한테 반찬투정 하다가 잔뜩 야단을 맞고 토라진 여자아이. 가출하고픈 마음에 곰 인형을 껴안고 잠들었는데, 꿈속에서 인형이 커다란 곰으로 바뀐다. 소녀는 미운 엄마는 싹 잊은 채 곰과 함께 숲 속을 거닐며 여러 동물친구들과 한바탕 신나게 어울려 논다. 마침내 곰과 함께 달빛 아래 들판에 누워 잠을 청한 소녀. 왜 불안하고 잠이 오지 않는 거지? 엄마품이 그리워져 눈을 번쩍 떠보니 곰 인형과 함께 잠든 침대 위다. "엄마~." 이층 계단을 뛰어내려 가니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포근하게 안아주시는 엄마.

판화로 찍어낸 그림들은 여러 색깔이 겹치고 스며들며 오묘하고 다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갈등의 고조와 해소 장면에 대비되는 색조를 사용, 색으로 감정의 언어를 대신했다. 꿈속 여행장면들도 신비롭고 몽환적이다. 부모가 아이에게 읽어주기보다는 아이들이 자신의 입장에서 부모에게 읽어주도록 해보는 게 좋을 책. 1인칭 체험을 통해 아이 스스로 분노와 미움 같은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http://news.hankooki.com/lpage/culture/201108/h201108262054418421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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